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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와일기] 신기한 달팽이의 세계

자히르 2022. 2. 1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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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을 육와일기 애독자 두 분께 바칩니다. 맨날 ddong 얘기만 한 것 같아서 좀 다른 것들도 적어봤어요.

1.
다 같은 종이어도 (명주달팽이라고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토종/야생 달팽이임) 개체마다 색깔이 조금씩 다 다름. 근데 대체로 어렸을 때는 패각은 까맣고 반질반질 윤기가 나고 배발(몸통)은 뽀얀 유백색이다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전체적으로 노리끼리 한 색으로 변하면서 패각에 실금같이 줄이 가면서 거칠거칠 해진다. 흡사 이것은 인간의 노화와도 비슷해서 ...ㅠㅠ 어느날 부터 패각에 윤기가 사라지고 한 두줄씩 실선이 생기면 맴찢... 달팽이의 수명은 대략 1년 안팎 인듯. 아직 1년 넘긴 애들이 없어서 내가 뭔가 육와를 잘 못하고 있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뚠뚜니가 '21.6월 생 정도 이니까 1년 한번 채워보자 힘내..!
그 와중에 뚠뚜니의 자식들은 그야말로 포풍성장해서 개중 제일 큰 아래사진 속 애는 벌써 뚠뚜니 절반만해졌다 ;;;



2.
달팽이에겐 교미공이라는게 있답니다. 대츠 달팽이's 생식기...ㅎ 오른쪽 볼 옆에 있는데 대략 3개월 정도 크고 나면 저 교미공이 나오는데 그럼 달팽이가 성와(?)가 됐다는 뜻. 아래 사진에 얼굴 오른쪽을 보면 좁쌀같이 뽈록 튀어나온 것. 저럴 때 이제 성와 두 마리를 같이 냅두면 오른쪽 볼을 서로 맞대고는... (생략) .. *-_-*

달팽이는 자웅동체이기 때문에 둘 다 알을 낳고, 이론적으론 한번 교미하면 1년 뒤에도 뜬금없이 알을 낳을 수 있는 어마무시한 번식력의 생물. 뚠뚜니도 작년 12/26일 합방 이후에 불과 지난주까지도 거의 매일 알을 생산해 냈으니... 근데 확실히 설악이보다 뚠뚜니가 훠어어어ㅓㅓㅓ얼씬 더 노화가 가속화 됐고 심지어 몸 사이즈도 좀 작아짐. 사람이나 달팽이나 출산은 모체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엄청난 일이여...

오른쪽 볼 옆을 주목해주세요 



3.
그러나 그렇게 낳고 난 후에는 지 자식들을 거들떠도 안봐서 엄마랑 내가 독박육와 중 ㅋ_ㅎ 애들있는 쪽으로는 잘 가지도 않고 뚠뚜니 설악이 둘다 맨날 노키즈존으로 도망쳐 있는게 현실;;; 꼬맹이들이 활개치고 돌아다닐 때는 밥도 잘 안먹고 모서리 구석탱이에 짱박혀 있음. 숨은 달팽이를 찾아보세요.


애기 때는 그저 서로 뭉쳐있는게 좋은 건지 재밌는 건지 아님 피아식별도 안되고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저러고 있는 건지... 상추 먹으라고 올려 두면 저렇게 자기들끼리 바글거리고 서로 올라탈라구 아둥바둥하는게 귀엽.



4.
이건 가끔 보여주는 장면인데 달팽이도 고양이들마냥 그루밍을 합니다;;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가 않는데 긴 목을 비틀어서 자기가 자기 패각을 갉갉 쭙쭙 하면서 한참 저러고 있음.. 찾아보니 칼슘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자기가 자기 패각을 갉아 먹는 경우도 있고, 그냥 의미 없이 저런 행동을 하기도 한다는데 칼슘은 정기적으로 급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저러는 거라고 자기 합리화 실시.. ㅠㅠ 뚠뚜니의 노화가 정말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맘이 아푸네여..


5.
저 더듬이를 눈자루 라고 부르는데 평소에는 저게 위를 향해 티비 안테나처럼 뻗어있음. (티비 안테나 알면 일단 신세대는 아닌거.. 아시져?ㅋ) 그러다가 진짜 맛있는 걸 먹으면 저게 점점 짧아지면서 밑으로 곡선을 그리면서 추우-욱 내려감. 그래서 저런 상태를 보고 진실의 눈자루라고... 오랜만에 엿기름 가루 섞어서 칼슘 급여 해줬더니 눈자루가 거의 바닥에 닿을 지경으로 고개 박고 먹는 설악이 ㅎ_ㅎ 잘 먹는 놈이 확실히 건강하구먼. 목이 어쩜 저리 굵은지 설악이를 보면 오구가 생각나서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게 됨이야..


그리고 또 신기한게 달팽이들은 몸이 반쯤 투명해서 뭔가 먹고 있으면 (특히 그게 액체면) 몸 안으로 들어가는게 다 들여다 보인다. 눈자루 사이 미간(?) 같은 곳으로 꿀떡꿀떡 넘어가는 흰색 액체 보이십니까 ㅋㅋㅎ 저게 목덜미를 타고 몸 안으로 들어가서 패각 끝까지 이동하는게 다 보여서 뭔가 잘 먹고 있으면 넋 놓고 들여다 보게 됨.


당근이나 피망같이 다소 딱딱한 야채는 치설(달팽이 이빨같은 것)을 사용해서 갉갉 갈아먹음. 그럴 때 자세히 보면 까만 입이 보이는데 진짜 웃기고 가소롭고.. 그리고 집중해서 들어보면 미세하게 걐걐깎갹 이런 소리가 자그마하게 들려서, 밤에 가끔 잠 안올때 가만-히 있으면 겁나 열심히 먹는 소리 남;; 상추 이런건 더 잘들려서 삭슼샄삵 난리부루스.. 그리고 패각에 나있는 동그란 구멍 (=숨구멍=ddong 나오는 곳..ㅎ)으로 숨 쉴때마다 한번씩 딱! 딱! 이런 소리도 남. 조용하게 시끄럽기 쌉가능.

타임랩스로 찍은 故당근이 먹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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