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류 단상

[교환학생] 네덜란드 헤이그 생활기 (1)

자히르 2022. 2. 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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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뭐를 써야하나 고민하고 있으니 엄마가 일단 시작이라도 해놓으라고 부추겨서(?) 시작하는 교환학생 시절 이야기. 호주 인턴 일기가 도입부는 대하드라마로 거창하게 시작했는데 3부작 드라마 극장으로 끝나는 바람에 지금 상당히 의기소침하네여^^... 내 기억력과 저장해 놓은 사진이 이다지도 단촐할 줄이야;;;

그래도 교환학생 시절은 기간도 더 길고 사진도 더 많으니까 어떻게든 5부작은 나오지 않겠어????!?!?
일단 한다 시작.


때는 바야흐로 2012년. 직전 년도에 호주 인턴 다녀온 이후에 허파에 바람이 들락날락 졸업은 자꾸만 다가오는데 더 놀고만 싶고 하던 차에 우연히 (는 아니겠지만 자세한 과정이 생각이 안나네요!ㅎ) 접한 교환학생에 아 이거다 싶어 지원. 왜 하필 네덜란드를 갔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었는데, 당시에 토플도, 아이엘츠도 뭣도 없는 상황이라 토익 점수만으로 갈 수 있는 나라 + 유럽권 + 개 중 영어 제일 잘하는 나라의 교집합이었을 뿐... 별다른 이유는 없었는데 두고두고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별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고 (특히 이 시국에..ㅠㅠ..) 별 도움도 안되겠지만, 혹시라도 이 글을 교환학생 준비하고 있거나 가고 싶어서 찾아보는 분이 보신다면, 저는 진짜 무조건 꼭 가라고 얘기해드리고 싶네여. 지금은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등록금은 한국 학교에 내나 외국 학교에 내나 비슷하고 가기 전에 몇달 전부터 알바 열심히 해서 몇 달 생활비 + 항공권 값에 여행 몇 곳 갈 수 있는 돈 마련해서 나가면 과정은 물론 힘들겠지만,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할거에요. 다녀온지 이제 10년인데 일단 지난 10년 간 교환학생 시절 이상의 추억이나 경험을 남긴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힘들 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보상받는 느낌이 있더라구여.

얘기가 잠깐 샜는데 무턴.. 호주에서 귀국하고 나서 거의 바로 결정 해서 이듬해 1학기를 다니는걸로 준비 시작. 다행히 우리 학교가 어학당이 발달해 있는 학교라서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았고 선발 인원수도 많았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합격 했던 것 같다. 가기 전에 제일 문제 였던건 당연히 영어......... 그래서 그때 광화문에 있는 주한영국문화원에서 (쓸데 없이) 수업을 좀 듣다 갔는데 별로 도움은 되지 않았다. (엄마 미안) 다만 학원이 흥국생명빌딩에 있어서 오고 가는 직장인을 보며 예비 취준생으로써 침 질질 흘린 기억이 나네. 왜 그랬을까 내가.. 그래서 지금 광화문에 꼼짝없이 갇히는 현생을 살게 되었나?...ㅎ..

가기 전에 이것 저것 학교 국제처의 지원을 받아서 준비했었는데, 집을 구한다 던가 (기숙사가 방 수가 몇 개 안돼서 학교 근처 단독주택 같은 곳을 3~4명의 학생이 house share의 형태로 임대 함) 거주 허가증 신청을 한다던가, 입학 원서를 낸다 던가, 가서 먹을 비상식량이나 옷 들을 배 편으로 붙인다던가.. 이런 행정 처리를 처음으로 해본 것 같다. 비행기표도 끊고. 서서히 실감이 나면서 아 진짜 내가 영어도 잘 안 되는데 평생 혼자 살아본적도 없는데 무사히 다녀 올수 있을까? 엄청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꿈같네요 ㅋㅋㅋㅎ

그 와중에 메일 뒤지다가 찾은 비행기 예약 확인 메일 보고 깜놀. 10년 전에 댄공도 아니고 KLM이 133만원이 실화 입니까? 와 이때가 엄청 많이 받았던 건가..? 지난 10년간 전 세계 항공사들 주가가 이 모양 이 꼴 난게 이해가 될려고 하네;;

좌충우돌 끝에 '12년 1월 말에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도착. 공항에서 내가 다니던 헤이그 대학이 위치한 헤이그 까지 이동하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던 플랫폼에서 우연히 친구 H를 만나게 되면서 내 교환학생 시절이 시작 됐다. 지금 그 친구는 경찰 슨생님이자 두살 박이 애기 엄마가 되어 열 육아 중에 있는데 이 일기가 5부작이 넘어가게 되면 링크를 공유해 줄게야... (과연?)

짐 찾고 다시 헤이그로 이동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니 어느새 해는 어둑어둑.. 겨울철 북반구 나라들은 해가 4시반, 5시면 완전히 져버리더라구요. 가뜩이나 길눈 어두운데다가 야맹증까지 겸비한 서울 촌뜨기가 학교까지는 어찌 저찌 찾아 갔는데 학과 사무실 사람들이 뭐라뭐라 하는 영어는 하나도 안 들리지 (영국 영어를 쓰더라구요 네덜란드는^^ 그건 또 몰랐지^^) 무슨 봉고 같은데 타라는데.. 그대로 장기 털리는건가 싶어서 달달 떨면서 도리 없이 얻어 탄 차가 내려 준 곳은 내가 예약한 임대 기숙사 였다;; 걸어서 5분 거리를 왜 차를 자꾸 태워가지고;;;

그 집은 총 3층짜리 붉은 벽돌 건물의 1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아래 건물 전체가 다 학생들이 사는 곳으로 정면 반대편, 그러니까 뒷 쪽으로는 작은 마당이 있었다. 그 작은 마당으로 내 방에서 문 열고 바로 나갈 수 있었는데, 거기에 빨래도 말리고 바베큐 기계도 놓고 요긴하게 잘 썼더랬지.

내가 도착한 날 밤 1층 집 창문엔 유리 창문을 다 뒤덮을 만큼 큰 캐나다 국기가 걸려 있었는데, 속으로 완전 앗싸!! 하면서 들어갔다. 영어 배우러 온거니까 솔직히 북미권 사람이랑 같이 살면 좋잖아여? 여기서 내 7개월 간 미드에서 나오는 우정을 쌓아보리라 하면서 들어간 곳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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