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류 단상

[교환학생] 네덜란드 헤이그 생활기 (2)

자히르 2022. 2. 1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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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1탄 쓰고 바로 이어서 쓸 생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중간에 뚝 잘라 끊었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쓰게 되니까 상당히 머쓱하네요...? ;^^; 작가들의 자르기 신공은 역시 아무나 하는게 아니었습니다.

다시 시공을 가로질러... 헤이그에 도착한 날 밤 문을 열고 들어간 그 곳엔 웬..... 외국 남자 두명이 서있었습니다. 아니 잠만;; 내가 꿈꾸던 라이프는? 외국 여자애들이랑 꺄르륵 대며 맛있는 음식도 해먹고 다른 남학생 얘기도 하고 페디큐어도 바르는 내가 생각한 대학생활은??? 와장챵 ㅎ.. 지금이야 남녀 성비 9.9:0.1의 회사에서도 잘먹고 잘살고 있지만 이때만 해도.. 여중여고문과 코스로 대학에서도 남사친 몇 명 없는 금남의 삶을 살던 때라 진짜 이대로 다시 캐리어 끌고 공항으로 가야되나 진지하게 고민함.

캐나다에서 온 남자애 두명이었는데 뉴브런즈윅이었나? 겁나 동쪽 끝에 치우친 소도시 였는데 어렸을 때부터 친구 사이였다고. 그나마 얘네가 원래 알던 사이라 좀 덜 어색했지 처음엔 진짜 힘들었다.. 원래 잘 못하던 영어가 더 잘 안나오면서, A ㅓ..움..um.. 나 저기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일찍 좀 잘게 소개는 내일 하자, 하고 방문 잠궈버린 첫날 밤의 뻘쭘함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알고보니 셋이 다 동갑이라 나중엔 필요 이상으로 친해져서 누가 문 앞에 버린 소파를 내 방에 들여다 놓고는 (내 방이 방 3개 중에 제일 크고 렌트비도 제일 비쌌움) 지들 맘대로 들락날락해서 짜증났었는데.. 결혼하고 애 낳았다고 들었는데 잘들 살고 있ㄴ ㅣ ...! 이 블로그를 볼 일은 없을테니 초상권은 지키지 않을게 나중에라도 발견하게된다면 항의 하렴...!ㅎㅎ! 얘네랑은 에피소드가 많은데 후속 포스팅에서 계속..

방 구조까지 바꾸고 거기서 죽칠꺼였으면 월세를 더 냈어야지

여튼 내 방은 사진에서와 같이 엄청 큰 창이 있고 저걸 열고 바로 바깥 마당으로 나갈 수 있는 구조라 봄~여름에는 너무 좋았지만 북반구의 겨울은 생각보다 강려크했었다. 내가 도착한 시기가 12월 말로 한겨울이었는데, 기온 자체는 한국보다 높았지만 한국의 추위와는 또 다른 느낌. 습도가 없는 대신 살이 에는 듯한 칼얼음 바람이 불고 집 자체가 낡고 단열이 거의 안되는 구조 + 난방 없음. 난방이 그야말로 전혀 없고 방 반대편에 있는 폭 50cm 남짓의 라디에이터 하나가 달랑 전부 였다.

한국에서 전기 장판을 가지고 갔어야 했는데 그럴 무게적 여력은 없었고, 나의 노랭이 기질이 호주 인턴 시절을 거쳐 아주 극에 달해 있을 때였어서 차마 한국 가격의 두배를 주고 현지에서는 못 사겠더이다. 밤이 되면 너무 추워가지고 후드에 패딩 입고 자다가 급기야 마트가서 제일 큰 막 100L짜리 비닐봉투를 사다가 그 안에 들어가서 이불 덮고 잤.....ㅋ...ㅎ.. 뒤척일때마다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난리 부루스 ㅋㅋㅋㅋㅋ 아 진짜 도랐었나 왜이랬지?;;? 근데 결국 너무 추워서 1월에 전기 장판 샀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그러고 나서 생활비 아낀다고 한동안 시리얼에 제일 싸구리 퍽퍽한 빵 만 먹고 살았답니다. 다시 돌아가서 뒤통수를 후려치고 오고 싶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당장 나가서 거기서 밖에 못먹는거 잔뜩 먹고 오라고;;

정리와는 거리가 좀 멀었져...?ㅎ..

개학 이후에 그래도 다른 학교에서 온 한국애들이랑 알게 되면서 이것저것 많이 해먹었는데 그건 나중에 단독 포스팅으로 하나 써야지. 진짜 요리를 살면서 이때 만큼 많이 정성들여 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2012년에만 해도 한인 마트가 그렇게 많지 않았고 (헤이그 자체도 작은 도시였기 때문에) 중국 식료품점에서 파는 한국 식재료가 일부 있어서 그걸 주로 사다 먹었지.. 후반부로 갈 수록 한식이 너무 땡겨서 밀가루 사다가 반죽해서 수제비도 해먹고 생각해보면 영어보다는 요리실력이 일취월장 했던 듯. 부엌이 진짜 좁고 지저분했는데 저기서 한식을 해먹겠다고 저렇게..... ㅋㅋ

아 헤이그 포스팅.. 쓰려고 이사진 저사진 찾아보다 보면 정말 이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풍선처럼 커져서 즐거움 반 괴로움 반으로 쓰게 된다. 모든 순간은 지나고 보면 다 소중하고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도 예외는 아니라는 점에서 앞으로는 기록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겠다고 다시 한번 느끼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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