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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네덜란드 헤이그 생활기 (3) - 음식편

자히르 2022. 2. 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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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사진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음식에 관해 적어보려 합니다. 포스팅이 너무 길어 질 것 같아서 벌써 걱정이.. 

 

사실 교환을 가기 전만 해도 내가 가서 뭘 그렇게 해먹을까 싶었거든요. 일단 요리도 별로 해본적도 없는 데다가.. 직전 년도에 호주 워홀 때도 그냥 김치볶음밥, 계란볶음밥 이런거나 좀 해먹었지 딱히 거의 다 사먹고 대충 떼워서 여기선 더 그러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왔는데.. 

 

여기는 내가 언제든지 사용 할 수 있는 부엌이 있고 친구들이 다 자전거 5분 거리 안짝에 살고 있으며, 장바구니 물가는 초 저렴한데 비해 사먹으면 곱하기 3배쯤 된다는 점에서 매일 매일 저절로 뭔가를 해먹게 되더라구요. 기본적으로 유제품, 계란, 고기 (특히 삼겹살 우리나라 가격 1/3), 밀가루로 만드는 음식들.. 다 하나같이 저렴한데다 로컬 마켓이 지천에 있어서 장보는 것도 재밌고.  

 

그 결과 겨우 구닥다리 인덕션 4구짜리 쪼꼬미 부엌에서 (ㅡ자 형태의 주방이라 한 사람이 서서 요리하면 다른 사람은 어깨 돌려서 들어가야될 만큼 좁은 부엌ㅋ) 하루 평균 두어시간은 보냈던 것 같다. 후라이팬이나 도마 같은건 학교에서 all 이케아로 지급해줘서 8개월 내내 그것만 씀; 지금 생각해보면 위생도 정말 ㄱ..ㅐ나 줘버린 환경이었는데. 대대손손 학생 기숙사로 썼을 테니 누가 여길 닦기나 했겠어..? 그런건 아랑곳 않고 떨어트린 음식 줏어먹으면서 잘만 살았다 실로 청춘일세.. 

 

4구 중에 1구는 고장난 초간단 인덕션ㅎ..

 

처음에는 주로 시리얼 아니면 라면.. 또는 파스타 같이 비교적 간단한 음식만 해먹고 살았는데 역시 한국사람.. 외국 나가도 어쩔수 없이 한식을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힘이 나더라구요. 빵 파스타 치즈 샐러드 계속 먹으니까 속 니글거리고 뭐 별로 먹은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그때부터 이것 저것 해먹어 보기 시작. 

 

해외생활 국룰 노트북책상에서 밥먹기 

 

제일 많이 & 잘 해먹은 것 = 닭볶음탕. 

닭이 기본적으로 겁나 큰데 (닭 마저도 큰 나라..!) 정말 싸고 육질도 쫄깃해서 닭볶음탕에 제격이었다. 감자도 마찬가지 였고. 그래서 고추장만 쭝국 마트가서 큰 맘먹고 사오면 양념 재워놨다가 두고두고 해먹을 수 있었고, 저녁으로 먹으면 다음날 볶음밥은 자동완성 메뉴 ^^.. 이상하게 맵고 칼칼한게 땡기는데 이때만 해도 요리의 요 자도 모를 때라, 주로 양념 때려넣으면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위주로 해먹은것 같다. 김치찌개가 진짜 먹고 싶었는데 김치가 너무 비싸서.. 대체재로 부대찌개나 라볶이 같은 걸 엄청 먹었움.

 

국물요리는 볶음밥을 향한 여정에 불과하다

 

그러다가 같은 학교로 교환학생 온 한국 애들이랑 친해지고 나서부터는 서로 집에 놀러가서 본격적으로 해먹었는데,  교내 기숙사의 경우 부엌이 정말 협소해서 죄다 바닥에 앉아서 썰고 무치고;; 그 와중에 수제비를 해먹겠답시고 밀가루 익반죽하던 그 시절의 우리가 넘 웃겨서 올려봅니다.. 저 열정은 다 어디로 갔는가?  

 

 

근데 아무리 해먹는다 해도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한끼 뚝딱인 레토르트 맛 만 하겠어여? 중간에 구호물품으로 받은 것들을 어찌나 눈물나게 아껴먹었는지 ㅎ.. 부엌 찬장에 두면 남자애들이나 손님들이 다 먹을까봐 내 방에 막 숨켜두고 몰래 먹음; 지금은 아마 헤이그에도 또는 좀만 더 큰 도시로 가도 저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12년도에만 해도 몇년 차이도 안나는구만(?) 저런게 하나도 없었움. 언박싱해서 가지런히 두고 찍은 사진이 아직까지 폴더에 남아있는 것만 봐도 내가 얼마나 저것들을 애지중지 했는지가 느껴지네요ㅎㅋ 

 

종류 안겹치게 골라준 센스!!

 

그럼에도 역시 가장 자주 많이 먹은 건 육류 아니었을까 싶음. 거의 모든 사진이 다 고기 사진;; 이 나라 정말 고기값이 너무 싸서 기름많다고 안먹는 삼겹살은 말할 것도 없고, 소고기도 둘이서 만원이면 배터지게 먹었었다. 굽기만 하면 되는데 싸기까지 하니까 매일 먹을 수 밖에.. 밥솥도 없어가지고 맨날 냄비밭 해가지고 친구 불러서 고기궈먹음. 

 

근데 룸메 애들이 내가 고기 구울때 마다 보고는 토하는 시늉하고 가던게 두 가지였는데 삼겹살 비계랑 가위로 고기 자르기 ㅋㅋㅋㅋ 삼겹살 비계야 그렇다 쳐도.. 고기를 가위로 안자르면 뭐로 자른단 말인가?  걔네 눈엔 그게 너무 이상해 보였는지 이거 식가위라고 아무리 말해도 가위로 음식을 자르면 어떡하냐고 볼때마다 어이없어 하는게 웃겨서라도 더 많이 쓴 듯ㅋ 

 

 

밥상이라곤 이케아에서 젤 싸구리로 파는 콘솔 테이블 같은 거 밖에 없어서 저기에 꽉차게 해놓고 대충 먹었는데.. 전체적으로 방에 수납장이랄게 없어서 내가 가진 모든 물건이 죄다 밖에 나와있었기 때문에 엄청 지저분하게 살았지. 

 

엄마, 와서 왜이렇게 드럽게 사냐고 했지만 엄마가 본건 그래도 많이 치운 방이었답니다. 제 원래 책상은 이랬었다구욧...! 

 

 

아이러니하게도 네덜란드에서 있었지만 네덜란드 사람과 친분을 쌓을 일이 거의 없어서 그 나라 문화나 전통은 거의 배운게 없는 것 같다.. (먹고 놀기 바빴어요 ㅠㅠ) 그래도 입학처에서 우연히 알게된 더치 여자애랑 친해져서 꽤 자주 놀았는데 얘는 그 다음학기에 연대로 교환학생 와서 한국에서도 같이 놀고 그랬었다. 걔가 자기네 나라에서 제일 대표적/전통적으로 먹는 음식이라고 만들어줬는데 이름은 당시에도 못 알아 들었고..ㅋ 약간 한국으로 따지면 백반?같은거 같은데 으깬감자+데친 시금치에 그레이비 소스 같은걸 끼얹어서 삶은 소세지랑 같이 먹는 음식이었음. 비쥬얼 적으로는 솔직히 꿀꿀이죽 같은 느낌이지만 생각보다 엄청 맛있어서 놀랐었는데. 생크림이나 치즈 같은 걸 좀 넣은 것 같기도하고...? 여튼 이따금 한 번 해먹어 보고 싶었던 음식. 

 

 

그리고 아래는 내가 답례로 만들어준 한국 음식. 이 사진.. 너무 어둡지 않아요? 근데 방불 켜고 찍은 사진이라는 게 함정임. 다만 불빛을 등지고 찍었더니 이래 나옴. 근데 이럴 수 밖에 없는게, 방에 전구가 진짜 너-무 조도가 낮고 주황색이라서 한국식 백열등이나 형광등에 익숙해져 살고 있다가 이 불에 의지해서 살려니까 처음엔 약간 헛구역질이 나더라구요? 건물이 층고는 겁내 높은데  전구는 하나같이 이 모양이라 익숙해지기 전까지 소경 체험하면서 살았음. 나중에 한국와서 방 불 딱 켜니까 개안하는 느낌! 

 

 

 

+)

가끔 외국인들한테 가장 인기 많은 한식이 뭔지 물어보는 경우들이 있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단연코 짜파게티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들이 좋아한다는 이런저런 다양한 음식, 가량 불고기라던가 궁중 떡볶이라던가 그런 것들을 맥여본 결과 짜파게티를 따라온 것이 없을 무. 

헤이그 시절에는 한류랄게 없던 때라 중국 식료품점에서만 짜파게티를 구할 수 있었는데 그거 한 팩 사오면 화장실 청소 1주일이랑 교환 가능 ^^)b 심져 5개 들이에 8유로 정도로 한국 물가 2배 넘게 비쌌는데도 개당 $2불 정도면 거저 아니냐고 다들 겁나 좋아했던 기억. 아마 달달하고 짭짤한데 고소한 그런 맛이 서양권엔 없어서 일려나..? 기본적으로 간장 베이스 음식을 좋아하는 것 같았음. 

 

실제로 4년도 더 지나서 갑자기 룸메 1한테 페이스북 메세지 와서, 전에 내가 맨날 먹던 스파이스 누들 (짜파게티가 대체 어디가 스파이시한진.......ㅎ...) 이름이 뭐냐고 자기 와이푸가 자기보고 평생 살면서 만들어 먹은 것 중에 최고가 뭐냐고 물어봤는데 그게 생각나서 다시 만들고 싶다고 연락옴. 이 참에 나가서 짜치계 장사나 하면서 살고 싶다는 헛소리를 마지막으로 헤이그 음식편 끝! 

 

겁나 자세히 알려줬는데 해 먹었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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