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탐방

[화목토 공방] 사랑과 영혼을 꿈꾸며

자히르 2021. 12. 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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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한 번 빠지면 진짜 끝장을 보는 사람들도 있고 그들과 정반대의 종류의 사람도 있는데 대츠 미... 사는 동안 변변한 취미랄게 없었는데 (굳이 따지자면 미드보기, 책보기, 노래 듣기.. 실내형 인간의 한계ㅎ) 유일하게 오래 그것도 내 돈 들여 즐긴 취미 활동이 도자기 만들기 였던거 같다. 

 

사실 좀 한참 된 얘기라 그 이후에 리모델링도 하신거 같고 공방자체가 훨씬 좋아졌을 텐데 옛날 사진을 끌고 와서 홍보....가 될까 싶지만은 그래도 동네에서 애착있는 공간 중 하나라 소개해 봅니다. 

 

이때가 한창 스트레스 많던 사원말 대리초 시절이라 뭔가 생각 없이 손을 움직여서 할 수 있는게 없을까 (그 와중에 만들어서 쓸일 없이 버려지는 그런거 말고 생산적인 걸 만들고 싶었음 ㅋㅎ) 찾아보다가 집 근처에 도예 공방이 있길래 가게 됐는데 정말 힐링 그 자체였다. 공간도 정말 아늑하고 주중엔 시간이 안 맞아서 주로 토요일 아침에 갔는데, 잔잔한 라디오 방송과 살짝 차가우면서 (너무 따듯하면 흙이 굳는다네요) 습윤한 공기와 촉촉한 흙을 주무르는 그 두어시간이 주는 만족감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엔 온갖 잡념과 함께 시작하는데 이게 내 마음처럼 잘 안되니까 거기에 한 번 집중하게 되면 어느 순간 뇌가 텅 비어버리고 얘를 한 번 잘 만들어보겠다는생각만 하게 된다. 이게 그야말로 뇌 클렌징 아닌가? 

 

진짜 물레도 해보고 싶었는데 그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손물레로만 하다가 해외 파견 가게 돼서 취미생활 강제종료..ㅎ 그리고 그 이후에 어찌저찌 살다보니 아직도 다시 시작을 못하고 있는데 언젠가 꼭 꼭 다시 하고 싶다. 그 살짝 축축한 흙을 치대는 느낌이 아직도 손끝에 생생해서. 준비물이 별달리 필요 없는 것도 맘에 들었다. 장비 다 갖추고 시작해야 하는 것들 싫어하는데 이건 앞치마 하나와 간단한 손도구 몇개면 시작 할 수 있다. 

 

왠만한 도구는 공방에서 빌려주심. 회원들도 다 깨끗히 쓰고 돌려놓는 아주 바람직한 시스템. 

또 종이로 만드는 무언가나 악세서리들은 잘 안쓰게 되고 오래 못써서 좀 의미가 없게 느껴지는데 이건 아주 실용적인 무언가가 생산된다. 그리고 아주 오래 쓸 수 있다. 생각보다 괜찮다. 모두가 알아주는 파괴의 손을 가진 나도 심지어 가능하다. 왜냐면 공방에 이미 선생님들이 만들어 놓으신  틀이 다 있으니까...ㅋㅎㅎ 그 틀만 있음 무적이다. 물론 굽 깎이나 그릇 날 부분을 말끔하게 다듬는건 센스가 필요하겠지만 충분히 기분도 내고 쓸만한 무언가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실제로 흙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기계로 뽑은것 보다 좀 무겁긴 하지만 손물레 특유의 투박한 느낌이 주는 정겨움이 한식이랑도 잘 어울려서 실생활에서 매일 같이 쓰게 된다. 

 

다양한 방식으로 쓰이는 손물레 + 모양틀 

 

만드는 방식도 다양. 은근히 창의력 발휘 가능
중간에 한번 굳히고 난 모습. 굽기 전인듯? 

 

내가 제일 좋아하던 순간. 틀에서 빼낸 다음에 손물레에 올려 놓고 그릇 굽을 정리하는 아래 사진의 단계. 

세무 같은 가죽 끈에 물을 묻혀서 그 끈으로 굽을 잡고 물레를 돌려가면서 날카로운 부분을 스윽 정리하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다. 모나고 날카로운 일상도 이렇게 동그랗고 매끄럽고 촉촉해졌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자동물레로 하면 더 쾌감 쩔거 같은데 언젠간 기회가 또 오겠지? 

사진 찍어놓은거 보니까 이게 당시 내 최선이었나 보다.

 

이렇게 만들고 굳힌 것들에 유약을 바르고 전기 가마에 쪄내고 나면 아래 처럼 된다. 지금 집에서 잘 쓰는 것도 있고 오구네에 몇개 갖다놓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한테도 꽤나 줬는데 다들 잘 쓰고 있을지 모르겠네. 아무래도 상당히 무거워서 설거지하기 불편하고 그런 점도 있긴 하지만.. 확실히 튼튼하고 이도 잘 안나가고 역시 내가 만들었다는데 의의가 있는거지! 

 

 

도자기 빚기의 가장 큰 매력은 결국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는데 있지 않나 싶다. 흙을 오리고 도려내고 손으로 잡아 뜯고 모양을 다 만들어놨어도 그 어떤 짓을 해놨어도 굽기 전이기만 하면 다시 물 좀 발라서 주물주물 해주면 원래 모양으로 돌아온다. 굳이 심오하게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흙을 재생해서 쓰는 과정이,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어떤 위안을 준다. 

 

저때도 그랬지만 요새는 원데이 클래스 같은게 정말 성행하는 것 같으니 한 번쯤 도전해보면 좋을 취미같다. 특히 화목토 공방은 워낙 선생님들이 연륜이 있으시고 분위기가 화목해서 (했었어서) 부담 없이 가서 배우기 좋았다. 아직 내 손도구 세트가 저기에 남아 있..을..까? ㅎㅎ... 호오오옥시 이 글을 보신다면.. 조만간 갈테니 보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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