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류 단상

Return to Space를 보고

자히르 2022. 4. 1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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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주말 일기는.. 하루 종일 한게 기록물로 남길 만한 게 전혀 없었던 고로 어젯밤에 본 다큐멘터리 영화 'Return to Space'에 대한 감상을 몇 자 적는 것으로 갈음 합니다. 뭔가 영상물을 보면서 아 지금 드는 생각, 느끼는 감정을 기록해두고 싶다!! 라는 느낌이 든게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특히 이 영화는 아무 기대 없이 오로지 일론 머스크 나오길래 틀어본거였던터라 더 놀라웠음.. 보통 뭔가를 볼 때 앉아서 보기 시작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스르륵 눕게되는데, 이 영화는 반대로 누워서 틀었는데 중반부 부터는 나도 모르게 앉아서 봄. 

 

사실 심지어는 완전 다큐멘터리 인줄 알고 틀었는데 다큐멘터리 영화라더군요. 감독이 오스카상 수상자들 이라고.. 어쩐지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떤 사건을 기준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 들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연출이 예사롭지 않다 했어..

 

주 내용은 일론 머스크가 그의 회사 Space X 창립을 시작으로 상업부문 최초로 유인 왕복우주선을 발사 성공시키까지의 장장 18년 간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 미국 커뮤니티들에서는 너무 상업적인거 아니냐 (대놓고 밀어주는..) 넷플릭스가 일론 머스크 우상화 홍보팀으로 전락한거냐 말이 많긴 한 것 같다만.. 그런 의견들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지만 그건 차치하더라도 너무나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페이팔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투자금 2억달러로 Space X를 창업했을 2002년 당시의 나이가 지금의 나와 거의 같던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요? 사실 일론 머스크하면 테슬라를 누구나 다 먼저 떠올리고, 특히 한국에서는 화성 갈끄니까아아ㅏㅏ ~~! 짤과 도지 밈으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처음 알았다. 그럼 결국 달 기지와 화성 도시 건설이 최종 골이고 테슬라나 스타링크의 서비스는 이를 위한 자금조달의 원천, Space X의 100% 재활용 로켓은 유통망의 느낌 인건가..?

 

일론 머스크가 말할 때를 보면 표정이 별로 없고 눈을 거의 깜박거리지 않는데, 새파랗게 어렸을 때 부터도 자기보다 나이 한참 많은 엔지니어들 앞에서도 그렇게 얘기하더라. 없는 살림에(?) 만든 팔콘1~3호가 완벽하게 폭발해서 대 실패한 이후에도 엔지니어들을 추슬러서 네 번째 발사에 도전하는 모습에는 진짜 소름이 돋았다.

 

팔콘의 성공 이후로도 로켓 재사용을 위해서 원하는 자리에 고대로 발사체를 회수하는 장면은 더 놀라웠다. 내가 진짜 눈물샘이 막힌 사람인데 눈물 줄줄 흘리면서 봄;; 왜 막 그런거 있잖아요? 경이로움 그런거? ^^..ㅎ.. 그리고 시간은 흘러 2020년 유인 우주왕복선에 도전하기에 이르는데, 이때 부터 가족 서사까지 더해져서 뒤로 갈수록 더 흥미 진진 해짐.. 

 

20년 베테랑의 두 우주비행사가 세계 최초로 민간 기업에서 만든 우주왕복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갔다가 2개월 임무 수행 후 다시 돌아오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데, 엄청난 비쥬얼과 대사건을 기대하고 보면 노잼임. 어쩌면 우주의 신비로움 보다도 우리 인간의 간절함과 소명의식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더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두 우주비행사가 캡슐에 붙인 이름이 Endeavor인 것만 봐도... 

 

중간에 보다보면 유인 우주선 발사 당일에 0.0001%의 초 천재들이 모여가지고 각종 미신에 기대서 누구는 초록색 옷 입고, 누구는 면도 안하고 이러고 있는거만 봐도 세상 인간적이고 넘 귀여움 ㅋㅋㅋ ㅠㅠ 우주비행사 아저씨들은 자기네 아들들 한테 희망을 주겠다며 애들 공룡 장난감 데리고 우주선 탑승하고 ㅠㅠ.. 일론 머스크가 한 말 중에 우주비행사들의 안전은 first priority가 아니고 only priority 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것도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말이다. 

 

이 다큐 영화의 압권은 개인적으로는 후반부 인듯. 추진체와 분리돼서 캡슐만 덜렁 남은 상태로 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장면도 신기했지고 (나는 USB 포트에 선도 한번에 못 꽂겠던데 대체 어떻게 계산을 하면 그렇게 딱 갖다 맞추는거죠...) 우주 유영으로 배터리 장비 교체하는 장면은 아무리 봐도 CG 같았지만.. 정말 하이라이트는 우주정거장에서 떨어져 나와 대기권 재진입. 그때  모두가 느꼈을 그 공포... 발사해서 대기권 뚫을 때는 거어어대한 로켓이 서포트를 딱 해주는데 다시 들어올 때는 코딱지만한 캡슐에 덜렁 담겨서 덜덜;; 지구랑 통신이 끊기는 블랙아웃 기간 동안에 불타는 캡슐에 앉아있는 우주비행사들은 대체 무슨 생각이 들까... 

 

모두가 다행히 지구로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봤기에 망정이지 심장 터져서 끝까지 못 볼 뻔.. 우주비행사도 대단하지만 그들의 가족도 대단해. 그래서 그런지 두사람 모두 와이프도 우주비행사 출신인 분들과 결혼 했더군요. 그리고 그 중 한 분은 남편과 바통터치해서 6개월간 우주정거장에서 과학실험을 하러 남편이 탔던 그 캡슐에 다시 오르는 장면으로 끝이 나는데, 정말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갓-벽한 마무리 였음. 

 

 

 모든 인간에게는 삶을 통틀어 가장 빛나는, 삶의 의미가 되는 순간들이 있는 것 같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는 그 순간이 바로 그때지 않았을까? 요새 하도 시덥지않은 일들의 반복에 치여서 그런지 나도 업무로서 비슷한 아니 1/1000의 순간이라도 느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여하간 Multi-planet species 라고 표현하던데.. 내가 죽기 전에 정말 인간은 다행성 종족이 되어 자유롭게 화성과 지구를 오고갈 수 있을지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지켜보고싶다. 정말 운이 좋다면 죽기 전에 우주에서 내가 사는 이 행성을 내려다볼 수 있을지도? 

 

이 글을 마무리 하며 Space X를 한번 검색해봤는데, 정부 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 주도의 첫 우주정거장 방문 프로젝트로 어제 민간이 3명이 우주정거장에 방문 했다고 한다. 나도 갈수 있네! 675억만 있으면!!! ^_____^ 

 

+

 

- 이건 다른 얘기지만, 나름대로 기사는 챙겨보는데 생각해보니 일론 머스크가 육성으로 말하는 건 처음 들어봤더라구요..? 내 머릿속의 말투나 억양, 목소리랑은 완전 딴판이라 나혼자 상당히 어색했음;; 생각보다 목소리 넘 좋고 말투도 차분하고 발음을 대충해서 그런가 아주 보드라운 느낌. 

- 그리고 그와중에 Space X 사무실 모니터 삼성이더라. 난 어쩔수 없는 한국인인지 이 말도 안되는거에도 국뽕 차올라버렷.. 

- 일전에 재밌게 본 히든피겨스에 아주머니 세 분에게 이 다큐를 보여드리고 싶어졌다. 이전 세대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이 가능한 건데 그들은 볼 수가 없다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안타까웠다. 

- 인류에 희망을 주는 기업에 투자하라던데 테슬라 풀매수 각인가요...ㅋ^^ㅋ 

- 마무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에 한 연설이 나왔었는데 beyond the moon into deep space란 표현이 멋져서. 2025년이면 3년 남았는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구에서 태어난 인류가 이 우주를 날아서 다른 행성에 정착한다라... 

 "And by 2025, we expect new spacecraft, designed for long journeys, to allow us to begin the first-ever crewed missions beyond the moon into deep space. So we'll start..."

 

내 머리 위에 지금 이런게 떠 있다뇨..? (화질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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