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일기

[육와일기] 오늘도 평화로운 달팽이 월드

자히르 2022. 3. 1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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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엄마아빠인 뚠뚜니랑 설악이 빼고 나머지는 나이는 다 같지만 편의상 사이즈에 따라 나눠보는 달팽이 세계관.

 

1. 유치부

 

아마 얘네의 존재는 기존 육와일이기에도 안나왔었는데.. 그 이유가 너무 작아서 사진에 잘 안나와가지구;; 근데 지난 달 홈파티때 놀러온 친구들이 보고 진짜 너무 쪼구맣다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 했었던 애들인데 이렇게 커버렸어요. 한달.. 아니 한 2주전까지만해도 알 사이즈에 오히려 더 가까웠는데 갑자기 이렇게 커버린다구? 

 

얘네가 보니까 어떤 임계점 같은게 있어서 안자라다가 갑자기 뙇 확 사이즈가 한 10일 사이에 두세배 되는 느낌. 다 같이 커서 형제자매들이랑 같이 내보내주려구 당근을 갈아서 급여해주었습니다. (솔직히 강판에 당근 갈때 살짝 현타옴^^ㅋ) 

 

 

 

2. 청소년부

 

전체 분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고딩 사이즈 달팽이들. 솔직히.. 한마리 사라졌어요 ㅠㅠㅠㅠㅠㅠㅠ39마리 됨.. 먄하다.. 아니 그러게 이제 세보지 말자했자너 엄마가 괜히 세어봐서는 그 뒤로 또 노심초사하면서 들여다보게 되자너.

 

오늘은 엄마가 씻겨주구 나가셨길래 식탁에 앉아서 뭘 좀 보고있는데 뭔가 느낌이 묘해서 쳐다보니까 얹어놓은 뚜껑이랑 찜통 사이로 한마리가 고개를 빼애꼼 ㅎㅎ 웃겨서 사진 한장 찍고 뒤집어 보니까 세상에 천장에 다 달라 붙어있네;; 뛰놀고 싶어하는거 같길래 잠깐 저렇게 뒤집어 두고 할 일 하고 있었는데... 

 

 

그 잠깐 사이에 들통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건지 와라락 저렇게 같은 방향으로 기어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자력으로 알아서 다 들어가셨음. 너네 그 집이 퍽 마음에 드는구나...?;; 어쩐지 등에서 윤기가 좔좔 흐르더라니.. 

 

 

이건 다른 날 찍은건데 네 마리가 각자의 방향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너무 비장하면서도 하찮아서 귀여웠움. 저런 개척정신은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걸까...? 뒤에 대부분들은 다 앞으로 나갈까 말까 겁내 더듬이로 찔러보면서 망설이고 있는데 말여.  

 

<작품명 : 황야의 무법자들> 

 

그런가 하면 습성이란 건 또 상당히 무서워서 잘때가 되면 모두가 다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자세로 자는 걸 선호한다. 저 테두리를 따라서 참새가 전기줄에 나란히 앉는 것 마냥 쪼르륵 붙어서 자는데, 달팽이는 무리생활을 하지 않는 생물이라고 읽었는데 경험상으론 또 그런건 아닌 것 같고.. 맨날 저렇게 자기들끼리 나란히 붙어서 놀거든요. 

 

 

그리고 제일 공통적 특성은 높은 곳이나 어딘가 모서리나 튀어나온 곳의 가장자리에 붙어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인 듯. 뚜껑 열어볼 때 마다 저 분홍색 기둥같은 곳에 항상 한두마리는 붙어있음. 급기야 오늘은 뭐 읽고 있는데 딱!!! 하는 소리가 나서 보니까 들통 손잡이 끝에 다 서고 싶어서 지들끼리 뒤엉겨붙어 있다가, 너무 하중이 가해지니까 맨 밑에 깔린 애가 못 버티고 떨어지면서 동반 추락 한 것;;; 삼천궁녀야 뭐야 대체 왜들 이래 정신차려..... 

 

 

3. 성인부 

설악이랑 택이가 (달팽이 게임에서 선택받았다고 해서 택이라고 명명) 한 방을 쓰고 있는데 택이가 너무 빠른 속도로 크고 있음. 왼쪽이 택이 오른쪽이 설악인데 패각은 아직 확실히 설악이가 크지만 배발은 따라잡기 일보 직전이여.. 미쳤. 얘네는 제일 큰 걱정이 둘이 교미하려고 들까봐 하.. 내 별명 흥선대원군, 그 꼴은 도저히 볼 수 없는데 어쩌지? 일단은 지나가면서 한번씩 매의 눈으로 감시 중이니까 허튼 생각하지 말았으면! 

 

 

그리고 진짜 노심초사는 우리 뚠뚜니.. 한 2일을 내리 흙에서 자고 패각 밖으로 나오질 못하더니, 배발이 그래도 패각 밖으로 쪼꼼 나왔길래 당근을 갈아서 이것저것 맛난거 넣고 급여해줬당. 보통 무조건 눈자루가 나온 상태로 먹는데 오늘은 더듬이 뺄 기력도 없는지 저상태 그대로 오물오물 먹길래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또 저녁때 보니까 눈자루 다 나와서 청경채 안에 옴폭 들어가 있더라구여. 생명력 칭차내..

 

원래 뚠뚜니가 설악이보다 크던 시절도 있었고 사이즈 자체가 크게 차이가 안났었는데, 작년 말부터 알을 한 50번에 걸쳐서 천개쯤 낳더니 (진심 한번 낳을 때마다 적게는 5~10개에서 많게는 셀수없이 낳음...)  이제는 거의 유치부 애들 보다 좀더 큰 수준으로 작아졌다. 알을 만드는데 제 살을 다 녹여 썼나 싶고 사람이나 달팽이나 모든 생물의 엄마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뚠뚜나 이제 알좀 그만 낳고 얼마 안 남은 시간을 편하게 보내라 제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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