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일기

[육와일기] 회자정리의 시간

자히르 2022. 3. 27.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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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박동하는 시기가 왔나봅니다. 울집 달팽이들도 틈만 나면 위로 밖으로 기어 나오려고 드는게 이제는 때가 됐다 싶어 이번주에 방생 결정. 집에 남긴 달팽이는 총 세마리로, 원래 집에서 살던 설악이 (얘네 엄마 or 아빠;;), 제일 크고 패각이 주황빛이 도는 주황이, 그리고 아직까지 너ㅓㅓㅓ무 작아 방생이 어려워보이는 아가 달팽이 하나.  

 

사육장에서 자기들끼리 교미하고 그러기 시작하면 감당 할 수도 없거니와 언제까지고 집에서 키울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막상 내보내려고 하니 아쉬운 마음에 차일피일 미뤄왔던 일인데.. 그래도 결정 했기 때문에 이번 한 주는 맛있는거 실컷 먹이자 싶어 야채도 듬뿍 주고 칼슘/단백질 가루도 무한 공급해쥼.. 

 

달팽이들이 의외로 후각이 굉장히 발달해 있다고 읽긴 했지만, 정말 신기한게 가루 솔솔 뿌린 다음에 분무기로 물 좀 칙칙 뿌려주면  위에서 놀 던 애들도 어느새 다 내려와서는 po먹방wer. 처음엔 무질서하게 먹다가도 시간이 좀 지나서 자기들끼리 달팽이 집 안 부딪히게 나란히 일렬종대로 먹거나 아님 동그랗게 애워싸서 욤뇸뇸.. 가루가 한 톨도 안 남을 때까지 싹 다 핥아 먹고는 더 먹을 게 없으면 다시 위로 올라가서 놀고 있음. 

 

나란히 먹는애들이 진짜 킬포 ㅠㅠㅠ.. 
다 먹으면 어느새 올라와서 탈출각 재는 중

 

그리고 또 하나 신기한 건 전신줄에 서있는 참새들마냥 꼭 이렇게 자기들끼리 등을 맞대고 같은 방향으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잔다는 거.. 분명히 무리지어 사는 생물은 아니라고 읽었는데 왜 이렇게 붙어 있는 걸 좋아하는거지? 저 뚜껑에 구멍 송송난 큰 철판으로 사육장을 막아놨었는데, 덮어놓고 시간 좀 지나면 어느새 저렇게 다 기어올라와서 쪼르륵 앉아서 자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제일 웃긴 모먼트는 달팽이가 (아마도) 신체 구조상 앞이나 옆으로만 가고 뒤로 후진이 안 되는 듯? 노빠꾸 인생.. 아니 와생.. 이렇게 위로 양방향에서 무한정 올라가다가 자기들끼리 맞닥들이면 이때 부턴 걍 답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모드로 이렇게 계속 대치하다가 다 같이 뭉탱이로 추락하는 수밖에 없는 듯. 얼굴로 밀어재끼면서 서로 자기가 반대편으로 넘어가겠다고 하는데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귀여운 것들... 

 

어디에 방생해줘야 잘 살려나.. 엄청나게 오랜 시간 고민 했는데 엄마가 우연히 방문했다가 알게된 마땅한 장소가 있어 그곳으로 결정. 근데 해당 장소 초입에 달팽이 동상이 있어서 한참 웃었음;; 이거슨 가히 운명이란 말인가...? 사람 많이 안다니고 습해보이는 곳에 적당히 나누어 방생해줬는데.. 영 발걸음이 안떨어졌지만 이제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오늘 바람이 많이 불고 아직까지 좀 추울까봐 걱정이지만 우리집에서 보여줬던 그 생명력과 활동성으로 자연에서도 무리지어 잘 살아가길... 100일 좀 안되는 시간 동안 덕분에 좀 귀찮았지만 재밌고 신기한 경험 고마워 달팽이들아 안녕! 

 

 

 

+)

회자정리가 있으면 뭐가 있죠? 네, 필연적으로 거자필반이 있습죠. 치커리 다듬다가 발견한 이 아이.. 무주택 민달팽이 일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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